몽위 전편 (2/5)

2019. 8. 24. 23:26동방/동방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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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주소


몽위 전편 (2/5)

작가: みく

번역: 푸쿠보


태그: 유카리, 메리, 유유코, 렌코



『그건 인간이건 요괴이건 상관 없이,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 있어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현실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동방자향화 : 야쿠모 유카리


 또 그 꿈인가.

 

 "유카리 님, 슬슬 시간입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잠깐만 잘 생각이었는데 꽤 깊이 잠들었던 모양이었다. 자기혐오를 입안 가득 곱씹으며 고개만을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린 뒤, 물었다.


 “란, 지금 몇 시야?”

 “사시(巳時), 10시 입니다.”


곧바로 간결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상체만을 일으키고 나서 손으로 관자놀이 부근을 꾹꾹 문질렀다. 요괴가 이런 시간부터 눈을 뜨는 것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인 것이다. 방은 잠들기 전에 비해 살짝 밝아져 있었다. 요괴엔 나에게 있어 그런 변화는 그저 독에 불과했다.

 란의 움직임에 군더더기라곤 없었다. 내가 앉자 란은 곧바로 내 뒤로 자리를 옮겨 깔끔하게 묶어 올린 내 머리를 풀어주었다. 허리까지 올만큼 긴 금발이 사락, 하고 흘러내려 자기들 멋대로 이불 위에 그림을 그렸다.

 란은 미리 준비해뒀던 빗으로 내 머리카락을 빗기 시작했다. 조금 심한 곱슬머리인 내 머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은 힘들어하는 내색도 없이 빗질을 계속했다. 그건 마치 시냇물에 나뭇잎을 띄우는 것 같은 시원시원하고 아름다운 손놀림이었다. 빗질을 할 때마다 머리가죽이 머리카락에 이끌려 가볍게 당겨졌다. 안마를 받고 있는 듯한 그 감각은 뇌수 속을 기는 둔한 통증을 살며시 누그러뜨려 주었다.

문득, 바로 옆에 있던 거울에 시선이 향했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란과, 여전히 눈을 반쯤 감은 채인 나. 그러고 보면 최근에는 치장하는 것 조차도 란에게 전부 떠넘겨버려서 거울을 보는 일이 자체가 거의 없었지. 거울 속의 음침하고 혈색 없이 창백한 얼굴이 눈을 가늘게 뜨고 거울 바깥의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왜인지 견딜 수가 없어서 거울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그러는 동안 빗질을 끝낸 란은 예쁜 손으로 익숙하단 듯 내 머리카락을 한 다발씩 나눠, 붉은 리본으로 그들을 각각 하나씩 하나씩 묶었다. 옆머리도 마찬가지로 붉은 리본으로 장식하고 나서야 란은 만족스러운 듯 깊이 절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언제나 고마워, 란.”

 “아닙니다. 식사는 할까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다. 시선 끝에서 봄의 상냥한 햇볕이 장지문 너머로 하늘하늘 춤추고 있었다.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빛과 그림자가 서로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그 얼룩에 눈을 빼앗긴 채, 문득 머릿속에서 방금 전 꿈 속에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니, 됐어. 곧바로 나갈 거니까.”

 “그럼 옷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기억 속에 분명히 남아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입 안에 묘한 뒷맛이 남아있는 것이다. 뭔가 익숙지 않은 것을 억지로 입에 쑤셔 넣은 듯한 불쾌감, 위가 소화하는 것을 거부하는 듯한 메슥거림. 식욕 같은 게 있을 턱이 없었다.

 일어선 나에게 란은 조용히 옷을 건네주었다. 나가쥬반을 타다미 위에 그대로 벗어버리고 보라색 드레스로 몸을 감쌌다. 붉은 끈으로 장식한 모자를 머리에 얹고 팔꿈치까지 오는 하얀 장갑을 꼈다. 머릿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둔한 통증이 잔물결을 치고 있었다. 애용하는 부채를 손에 들고 쓱, 하고 허공을 쓸자 어슴푸레하던 방 안에는 새까만 균열이 생겼다.


 “그럼 다녀올게. 집 보기 잘 부탁해.”

 “예.”


정좌한 채로 머리를 깊이 숙이는 란을 뒤로 한 채 나는 균열 속에 녹아 들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교토는 여전히 어두웠다. 요기와 독기가 흘러 넘치기 일보 직전인 수도를 한번 쓱 훑어본 뒤 곧바로 목적지를 향해 발을 옮겼다. 그곳은 수도로부터도 한참 떨어진, 조금 높은 산자락을 넘고서도 더 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산을 넘을 무렵에는 한층 더 진득한 요기가 흉흉한 압력과 함께 나를 맞이해주었다. 공간 자체에 눌러 붙은 듯한 지독한 시체 썩는 냄새 역시, 아무리 폐 속에 그 공기를 가득 채워 넣어도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을 정도였다. 서방에서도 몇 번이나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서방과는 차원이 달랐다. 과연 이 나라도 질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길 없는 산속을 한동안 걸어가자, 이윽고 묘하게 뻥 뚫린 장소가 나타났다. 마치 거기에 있었던 생태계와 그에 관한 연쇄작용이 뿌리째 뽑혀나간 듯한 쌀쌀한 황야. 그 중심에 서있는 것은 한 그루의 거목. 아직 한참 먼 장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목은 마치 이쪽을 그대로 눌러 죽이겠다는 것처럼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거목에게 다가갔다. 이제는 그냥 자극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게 된 시체 썩는 냄새로 끈적해진 공기가 내 피부를 더럽혔다. 인간이 열 명 정도 모여서 감싸도 부족할 만큼 두터운 나무 줄기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양 하늘을 향해 끊임없이 내뻗는 힘찬 생명력의 상징으로도, 썩어가는 거목의 서글픈 말로의 상징으로도 보였다. 아직 꽃이 필 때까지는 멀었는지 군데군데 자그마한 꽃봉오리들이 달라붙어는 있었으나, 그 피를 연상시키는 연붉은 빛 꽃잎은 보이지 않았다.

 사이교우아야카시 라고 불리는 이 요괴 벚꽃이 힘을 갖게 된 건 불과 10년 전의 일이었다. 어느 고명하신 시인께서 이 나무 밑에서 죽은 이후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이 나무가 일궈낸 “진화”에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그 시인을 그리워한 인간들의 피를 쉬지 않고 빨아들이게 된 사이교우아야카시는, 지금에 이르러선 인간은커녕 요괴조차도 제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렇다, 그만큼이나 되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

 

  힘을, 원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 건 과연 언제부터였을까?

 이름 있는 실력자들을 닥치는 대로 굴복시켰다――그 무렵의 나를 움직이게 한 것은 그런 충동이었다. 스스로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격을 얻기 위해서. 인간들이 의지하던 퇴마사에게는 격의 다름을 실감시키고, 가는 지역마다 우두머리 노릇을 하고 있는 요괴들을 때려눕히며, 그 오니 조차도 박살냈다. 토착신, 선인, 천인…… 누구든 닥치는 대로였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존재에게 자신의 힘을 증명하지 않으면 속이 풀리질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소원은 이미 어느 정도는 이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에 이르러선 “경계의 요괴”의 힘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세상에 널리 퍼졌고, “야쿠모”라는 이름만 내뱉어도 어지간한 일은 이쪽의 뜻대로 움직이게 된 것이다. 자신을 향한 경외, 선망, 그리고 원념. 그것들은 내 마음을 크게 만족시켜줬다. 허나, 그럼에도, 그렇게나 만족했음에도――아니, 오히려 만족하면 할수록―― 나는 한층 더 힘을 원하게 되었다. 필시 인간은 진흙탕 속에서 발버둥칠 때 이러한 감각을 느낄 터.

 무엇이 나를 그렇게 까지 하게 했는지――성장하는 인간에의 두려움 때문일지, 그저 장수하고 싶다는 원초적인 본능에 의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요괴로서의 자연스러운 욕구에 따른 과업일지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그저 뭔가에 쓰인 것처럼 나는 줄곧 힘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런 내가 이 요괴 나무, 사이교우아야카시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매료된 이를 그대로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금단의 힘. 이렇게 직접 마주하고 보니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것들 중에서도 최상위 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끔찍하며, 그리고, 그만큼이나 매력적이란 것에.

 자연스럽게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깨달았다. 끓어오르는 굴욕감을 떨쳐내려는 듯 사이교우아야카시를 노려보았다. 내가 떨고 있다고?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고작 이까짓 벚나무를 상대로 내가 공포를 느낄 리가 없건 만을.

 실제로 이 것을 굴복시키기 위한 수식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인간 녀석들이 비슷한 짓거리를 하고자 하는 것 같았지만 인간 따위가 자아낸 허접한 결계로는 이 요괴 벚나무의 힘을 봉인하는 것이 고작일 터. 나의 수식이라면 이 요괴 벚나무를 봉인하는 동시에 그 힘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조차도 가능하다. 이 흉악하기 짝이 없는 요기를 내 것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더 높은 격을――그야말로 생과 사의 경계조차도 뛰어넘을 힘을――얻을 수 있게 된다. 란에게 이것저것 조사하도록 지시한 것도 전부 이 계획을 위해서였다.



“자살하러 오셨나요?”



 얼마나 사이교우아야카시를 쳐다보고 있었던 건지. 그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나는 등 뒤의 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죽음의 냄새 밖에 없는 곳에 다가오는 인간이 나 말고 또 있을 거라곤 생각조차 안 했으니까. 

 나를 향한 그 목소리는 가냘프면서도 나긋나긋해서, 이 불길한 공터 속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으면서도 동시에 듣는 이의 고막을 후벼 파는 듯한, 그런 묘한 날카로움이 섞여있었다.

 빨려 들어가듯이 나는 그 목소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나의 눈은 마치 사로잡힌 것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당연히 있을 터였던 경계심조차도 한줌도 남김없이 사라져버렸다. 빼앗긴 것이다.

 그 곳에 있었던 건 한 사람의 소녀였다. 아직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마저 느껴지는 그 해맑은 얼굴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종류의 독특한 품격이 느껴졌다. 의젓하고 영리해 보이는 이목구비와는 어울리지 않는 수척하고 창백한 피부색. 움푹 패여 살짝 그림자까지도 진 눈가 깊은 곳에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빛을 지닌 눈동자가 박혀있었다.

 벚꽃보다 아주 조금 더 붉은 빛이 강한 머리카락은 어깨에 닿을 듯 말 듯 한 지점에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으며 그 몽실몽실한 머릿결은 훅 하고 불면 사라져버릴 듯한 덧없음으로 가득 차있었다. 각각의 부위가 보여주는 일그러진 격차. 대담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이목구비 밑으로 퍼져있는 심연――나는 이 계집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신기한 일이네요. 요괴 분이 자살이라니.” 


 계집은 흘끗 이쪽에 미소를 던지며 내 바로 옆에 나란히 섰다. 나보다 주먹 하나 정도 작은 그 몸은 봄바람이 불면 그대로 날아가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가련했다. 초라한 기모노로 몸을 감쌌으나, 그럼에도 말라 비틀어진 작은 가지와도 같은 사지가 엿보였고, 새어 나오는 사취(死臭)의 역함은 아까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령의 무리 깊은 곳에 숨은 동작 하나 하나의 우아함은 수도에 만연한 귀족 녀석들보다도 기품에 차있었다. 거기에 오만하다는 감정까지도 느낄 만큼, 그것은 완벽한 풍아를 뽐내고 있었던 것이다.

 소녀는 나에게 던진 미소를 그대로 유지한 채 눈 앞에 우뚝 솟아있는 사이교우아야카시를 올려다보았다. 그 미소는 무척이나 부드러웠지만, 왠지 따분한 듯이도 보였다.


 “……자살 같은 걸 할 리가.”


 헉, 하고 뒤늦게 제정신을 차린 나는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옆에 선 계집은 여전히 만면에 미소를 가득 품은 채 벚나무를 멍하니 올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듯이 나 또한 마찬가지로 벚나무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어째서 이런 곳까지 발길을 옮기셨는지요?”

 “벚꽃을 보기 위해. 그뿐이야.”

 

 소매로 입가를 감추며 계집이 쿡쿡 하고 웃었다. 느슨해진 눈꼬리 안쪽의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어째서인지 이쪽이 부끄러워졌다.


 “꽃을 보러 왔다고는 해도, 아직 봉오리뿐, 꽃은 피지도 않았는걸요.”

 “꽃구경이라는 건 꽃을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꽃에 추억을 담는 일. 그에 가장 적합한 시기는 꽃이 활짝 피기 직전인 지금.”

 “……과연.”

 

 납득했다는 듯 눈을 깜박거린 계집은 그대로 시선을 사이교우아야카시에게로 되돌렸다. 그 시선이 향한 것은 가지에 매달린 아직 단단한 꽃봉오리였을지, 아니면 그보다 훨씬 먼 어딘가 였을지. 그저 그 눈동자 속에 꽃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마음 같은 건 티끌조차 없다는 사실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과연 요괴님은 총명하시네요. 확실히 말씀하신 대로 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벚꽃은 만개하여 화려하게 피어있는 모습이 아닙니다. 가장 아름다운 벚꽃이란 그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의 가슴 속에 있는 것이지요.”

 “그래, 그렇네.”

 “연회도 그렇지요. 시작하고 난 뒤보다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순간이 가장 사랑스럽기 마련.”

 그렇게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면서, 뱃속 깊은 곳에서 어찌하지 못할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있어 그것은 지독히도 모욕적이었고, 동시에 곤혹스러웠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 인간과 나란히 서서, 이처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한다니.

 물론 인간 녀석들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정자나 음양사, 신관, 승려…… 내 앞에 무릎을 꿇은, 혹은 내 목을 베기 위해 찾아온 녀석들은 바닥에 채일 만큼 많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이 가지고 있던 경외, 추종, 적의와 같은 빛을, 눈 앞의 소녀로부터는 요만큼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거기에 있는 것은 무방비할 정도의 친근함뿐이었다. 인간 따위의 친애의 대상이 된다――이보다 굴욕적인 일이 과연 세상에 또 있을까?

 점차로 마음이 거무칙칙한 색으로 물들어갔다. 그건 시시각각 제어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부풀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인간 계집 따위에게 이렇게나 심란해지다니――자신의 심경을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눈 앞에 있는 우아한 행동거지도, 온화한 미소도, 친절한 말도, 그 모든 것이 나를 우롱하기 위한 인간의 오만함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훤히 내보인 그 가냘픈 목을 단숨에 쥐어 짜 갈기갈기 찢어 도륙하는 일 따위 순식간에 할 수 있거늘――,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짜증과 함께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야 겨우 냉정해졌던 모양이다. 스스로의 하찮은 인내심에 견디지 못하고 흘러나온 어딘가 꿍꿍이가 있는 웃음을, 계집은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착각한 듯,

 “아, 실례했습니다.” 라며 허둥대며 내 쪽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 “저는 사이교우지 유유코 라고 합니다. 인사가 늦어 몹시 죄송합니다.”

 “야쿠모 유카리라고 해요. 처음 만나서 반가워.”

 “모처럼의 꽃놀이를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실은 저, 바로 이 근처에 있는 암자에 살거든요. 이 벚나무를 보러 오는 것이 일과랍니다.”


 그렇지만 내가 그런 흉악한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자못 당연한 일이었다. 애당초 여기에 온 목적이 바로 그거였기 때문이다.


 이름을 들을 필요 조차도 없었다. 이 계집에 관해선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 이 녀석이 바로 그 고명한 시인의 딸, 사이교우아야카시의 힘을 억누르고 있다고 하는 후지미의 딸이다. 동시에 그 자신도 사령을 통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는. 직접 본 것은 딱 한 번, 아직 이 계집애가 한참 어린 시절의 일이다. 당연하지만 먼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뿐인 나에 대해서도, 그 무렵 이미 정해져 있었던 그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사이교우아야카시의 힘은 날이 갈수록 강해졌다. 그리고 그것과 비례하듯, 이 유유코라는 계집의 힘 역시도 강해지고 있었다. 이제는 주살 정도는 손쉬운 일일 터. 그리고, 그런 것에게 다가가는 인간이 있을 턱이 없었다. 이 계집이 사이교우아야카시의 곁에서 사령에 둘러싸인 채 홀로 외롭게 살고 있다는 것 정도는 란의 보고서에도 써있었다.

 허나 이 아직 앳됨이 남아있는 소녀가 지닌 불길한 힘은, 동시에 수많은 이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것이기도 했다. 특히 교토의 술자 녀석들, 그리고 사이교우지의 본가는 이 요괴 벚나무를 봉인함에 있어 후지미의 딸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유카리 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함께 가보지 않으시겠나요? 저희 집 정원에서도 이 벚나무가 아주 잘 보인답니다. 꽃놀이에는 딱 좋은 곳이에요.”

 “……그거야말로 폐가 되진 않니?”

 

 그리고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수식에도 이 계집의 몸이 필요했다. 사이교우아야카시의 힘을 전부 이 계집에게 봉인한 뒤, 먹는다. 그걸로 나는 이 벚나무와 벚나무를 억누르던 계집의 힘까지도 얻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죽음에 이르게 하고, 죽음을 다루며, 죽음 조차 뛰어넘을 힘을.

 

 “그럴 리가요. 손님이 오는 건 정말로 드문 일이라서요. 홀로 사는 몸인 만큼 어떤 특별한 대접은 못해드립니다만, 괜찮으시다면 부디.”

 

 억지로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끄덕이는 나의 모습에, 유유코의 얼굴에 환한 빛이 들었다. 너무나도 무구한 그 표정에 나는 즉시 부채로 입가를 감췄다.





 *





“――그럼 지금부터 중간 발표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목소리와 동시에 꿈에서 현실로 되돌려졌다. 아직 멍한 머리를 붕붕 털어 사회역인 교수를 바라보았다.


 “첫 번째는 한 씨로군요. 그럼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랬다. 이번 발표회의 일 번 타자는 바로 나였다. 회장에 도착하기 전에 복사해둔 개요 다발을 적당히 출석자들에게 돌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까놓고 말하자면 아직도 잠이 덜 깼다.


 “어 음, 그러니까…… 그럼 첫 번째 발표자인 마에리베리 한 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네모 각진 책상들을 향해 그런 말을 던지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강의실 한 구석의 일부 자리는 학과 교수들이 점령하고, 남은 공간은 동기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듯 했다. 개요를 훑어보는 이, 나를 바라보는 이, 언젠가 올 자기 차례에 안절부절 못하는 이――, 제각각 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하나같이 어딘가 짜증난 얼굴이라는 것뿐일까.

 졸고 있던 탓에 다시 한 번 잠겨버린 성대를 억지로 뜯어 열기 위해 헛기침을 섞어가며,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제 연구는 동양과 서양의 신화 비교를 상대 정신학에서의 『감응론』을 이용하여 재검토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본론에서 다룰 신화는 그리스 신화에서 오르페우스가 죽은 아내인 에우리디케를 명계에서부터 데리고 돌아오고자 하는 이야기와 일본 신화에서의 『나라 낳기』에서 이자나기가 황천으로 떠난 아내 이자나미를 데리고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이 신화 비교의 선행 연구와 그 문제점, 그리고 『감응론』을 적용하는 것에 의해 발견될 새로운 시점과 앞으로의 검토 과제에 대해 보고하고자 합니다.

 그럼…… 지금 말씀 드린 두 신화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수많은 분들에 의해 지적되어 왔습니다. 우선 개요 1페이지째의 대표적인 주장을 정리해놨으니 부디 봐주십시오…….”

 

 어찌저찌 이야기의 스타트를 끊자 조금씩 잠이 깨며 머리에 총명함이 되돌아 왔다. 이제야 겨우 주변을 둘러볼 만큼의 여유도 생겼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관중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나른한 얼굴로 한 구석 자리에 앉아있는 그 모습에, 나는 매료되고 말았다. 무심결에 발표하던 손이 멈춰버릴 정도였다.

 

 “아, 아아, 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다양한 의논 속에서 대표적 및 중요한 논점으로서 손꼽히는 것이 레뷔=스토로스에 의한 구조 인류학과, 융에 의한 『원형』이론 일겁니다.

 뒤메질의 비교 신화학에 영향을 받은 레뷔=스트로스의 구조 인류학에 있어서는, 각 지역의 신화는 우선 신화 요소라는 코드에의 환원됩니다. 거기서부터 신화를 해독하는 것으로, 얼핏 보기엔 너무나도 가지각색인 신화 속에서 보편적인 공통성이 있음을 그는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본론에의 중요한 시사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철저히 구조론적 시야를 지닌 그의 신화학은 신화내용을 취사선택합니다. 신화 그 자체의 풍족함을 깎아 내림에 따른 많은 문제점에 대해 그는 내면에서 복잡한 갈등을 가지면서도 최종적으로는 등한시해버리고 만 것으로 보입니다.

 융의 원형도 마찬가지로, 여타 다른 신화들이 심층 의식 레벨에서의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의식과 무의식 밑에, 인류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보편적 의식 같은 것이 있을 거라 가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보편적 의식을 구성하는 원형은 생명체 간에서, 시공조차도 뛰어넘어 공유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러한 의논에 따라 본 논문에서 제시하는 사례를 해석한다면, 고대 그리스인과 고대 일본인이 어떠한 공통적인 원형이나 요소에 기반하여 각각의 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라 얘기할 수 있겠죠.


 다시 한 번 힐끗 하고 문제의 그곳에 시선을 던졌다. 한 구석의 파이프 의자에 혼자 오도카니 앉아있는 우사미 렌코. 저쪽도 내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가볍게 손을 흔들어 웃어주었다. 그것은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한 편 나에게는 또 다른 긴장을 유발시켰다.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은 성대를 억누르며 필사적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허나 이러한 설명으로는 『어째서 두 신화 간에는 이처럼 다양한 차이가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에는 대답하지 못합니다. 즉 이들의 선행연구는 보편성을 가진 구조적인 유사성을 설명하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어째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혼재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혼재의 패턴이 신화마다 완전히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가에 대해서는 전혀 주의 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상대성 정신학 중 하나인 『감응론』을 개념적으로 확장 및 적용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감응론은 상대성 정신학의 고전적 개념입니다. 즉 이것은 보편적 무의식 등을 전제로 하여 전인류가 공통적으로 갖는 사고 방식이란 입장에 따라 다른 것이며, 중간 범위에서의 무의식간의 상호작용에 무게를 둔 사고방식입니다. 

 사람들이 공통성을 획득하는 프로세스에 관하여, 소위 말하는 보편적 구조가 아닌 개인간의 『감응작용』――어느 개인의 무의식이 신축하여 타자의 무의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효과에 주목합니다. 이것은 본디 싱크로니티 현상이나 텔레파시, 혹은 이른바 신의 계시 라고도 불리는 정신적 체험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서 도입되었습니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어떻게든 무시하고자 했었던 시선은 오히려 역으로 빨리 렌코를 보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이미 개요문을 싹 훑어봤는지, 렌코는 손으로 턱을 괸 채 그저 이쪽을 부드럽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문득, 집에서 나오기 전에 영 맘에 들지 않았던 앞머리가 신경 쓰였다. 손에 든 개요문에 얼굴을 파묻듯 발표를 서두른다. 


 “――이와 같은 『감응론』은 초 통일물리학 등 다른 분야에서의 여러 이론의 영향을 받아 최근에는 또 다른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감응』은 물리적, 직접적으로 접촉이 있었던 인간 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나 공간마저 뛰어넘어 『심적 차원』을 평면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을 제안한 것입니다.

 본 논문에 있어서는 이 의논을 관점으로 하여, 두 신화 간의 유사성을 설명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그리스인과 일본인,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르페우스와 이자나기, 에우리디케와 이자나미 자신이 시공을 넘는 감응 하는 것으로, 이러한 유사성이 촉발된 것이 아닌가, 라고.

 그럴 경우, 양자 간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그 열쇠가 되는 것은 실존철학에서의 『투기』의 개념입니다. 이것은 현실에 내던져진 인간이 그 상황을 수용하고 역으로 그 안에서 자신의 가능성, 즉 미래를 던지는 것으로 새로운 현실을 주체적으로 탐색해가는 것을 말합니다.

 무의식간의 『감응』은 지금까지의 정신분석학에서 생각해왔던 보편적 무의식이나 에스 만큼 사람을 강렬히 구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말하자면 무의식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암시인 겁니다. 허나 그러한 암시에 대하여, 개개인의 의식 무의식 그 각각이 구속된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여기에 좀 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감응론』에 있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깊은 사고가 동반되어있지 않습니다.

 이상과 같은 고찰을 기초로 하여, 본 원고에서는 투기로 행하기 위한 상황이란 관점에서 신화구조를 재해석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해석에 대해서는 현재도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우선 예를 들어……”


 이젠 스스로가 대체 어떤 식으로 발표하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에어컨의 상태가 영 안 좋은 듯 회의실은 찌는 듯이 더웠고 머리는 어질어질했다. 두뇌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런 상황인데도 말은 술술 잘도 튀어나왔다. 머리는 이미 완전히 어딘가 먼 세계로 떠나버렸는데도. 이것도 철야하며 무의식 중에 원고를 쓴 덕분일까?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 새인가 발표는 막바지에 도달해있었다.

 

 “……이처럼, 신화간의 차이에 관해 새로운 견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야만 하는 점이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쌍방의 신화가 모두, 결국은 이별이라는 비극적 결말에 도달하고 만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결말을 맞이했다는 점에 우리는 『투기』라는 개념을 도입하였고, 그에 따라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즉, 개인의 주체적인 작용 등으로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굳건한 구조, 소위 말하는 주체를 가진 개인의 의지를 꺾는 “운명의 힘”이 이 안에 숨어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쉽게 바뀌지 않는 것”과 투기의 관계, 구조 속에서의 개인의 주체적인 작용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검토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질문 있으신 분?”


 그 한 마디와 동시에 나는 실이 끊긴 인형처럼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전신의 땀구멍에서 땀이 분출되는 듯한 느낌마저도 들었다. 시계를 보았다. 왠지 굉장히 오랜만에 물질 세계를 포착하는 기분이 들었다. 벽에 걸린 시계 바늘은 예상보다 빨리 발표가 끝났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야 겨우 스스로가 쓸데없이 말을 빨리 했음을 깨달았다. 수치심에 고개를 숙였다. 스며 나온 땀 때문에 앞머리가 이마에 끈적하게 들러붙어있었다.

 그렇게 성가신 질문은 없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딱 한가지, 발표를 제대로 들었는지 의구심이 들 만큼 논점에서 벗어난 질문도 나오긴 했으나, 지도교수가 잘 중재해준 덕분에 분위기가 험악해질 일은 없었다.

 별다른 일 없이 다음 차례로 넘어갔고, 나는 처음으로 이 회장의 공기를 맛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숙였던 고개를 다시금 들어올렸다. 시선 끝에는 렌코가 있었다. 여유작작한, 그렇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상냥한 미소를 띈 그녀와 힘겹게 아이 콘택트를 주고 받는다. 살짝 끌어올린 눈썹은 “수고했어.” 라는 뜻일 것이다. 너 때문이잖아 너. 너 때문에 더 긴장했다니까 정말……

 다른 발표들은 거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연구 내용의 절반 이상이 전부 아는 내용이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는 사실이, 그 사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서, 발표회 같은 건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땀과 습도로 포크 같아진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사이 어느 샌가 끝날 시간이 되었다, 비유하자면 그런 느낌이었다.


 해산 후, 연구실에서 지도교수와 가볍게 대화를 나눈 뒤 나는 허둥지둥 연구동을 나섰다. 교수님한테는 뭐 그럭저럭 괜찮았다 라는 평가는 받았으나――내용은 둘째치고 “너무 긴장한 거 아니냐?”라고 놀림 받았다만―― 이쪽은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복도에서 마주친 교수진이나 발표를 마친 전우들의 술자리 권유를 정중히 거절하며 나는 오직 약속 장소를 향해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여어, 수고했어, 메리.”

 

 언제나 이용하는 카페의 언제나 이용하는 구석진 자리, 그곳은 불량 오컬트 동아리 『비봉구락부』의 “부실”이었다. 렌코의 자리는 언제나 벽 쪽이었는데, 오늘은 드물게도 렌코가 먼저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쪽을 향해 기운차게 손을 흔들던 렌코는 다른 손으로 쓰고 있던 세련된 검은 모자를 벗어 내려놓았다. 새하얀 셔츠와 회색 넥타이, 검은 스커트라는 익숙한 복장. 윤기 도는 검은 머리카락과 맞춘 듯 모노 톤으로 깔끔히 정리된 그 복장은 무척이나 포멀해서, 갑갑함마저도 느낄 지도 모른다. 까놓고 말해서 차분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머리 좋은 녀석들 특유의 진리라도 터득한 듯한 면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렌코의 곁에 있을 때 느끼는 수수께끼의 안도감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반면, 모자에 감아둔 커다란 리본이나 일부러 한쪽만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땋아 내린 그 모습은, 역으로 나이에 걸맞지 않는 앳됨으로 가득 차있었다. 단 둘 뿐인 동아리 활동을 주도하는 원동력은 뒷일 생각하지 않는 행동력이었으며,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은 호기심과 순수함이다. 고지식하게 마저 보이는 외견과는 정반대인 아이처럼 풍부한 표정이 언밸런스 해서, 그러한 상반되는 요소의 조합이야말로 이 우사미 렌코라는 인물의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당장 그런 인상을 그대로 체현하듯, 턱을 괸 채 영리해 보이는 얼굴에 낙천적인 표정을 덧씌우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10분 41초 지각이야, 메리.”

 “렌코한테 그런 말을 듣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나도 한 번은 해보고 싶었단 말이지~, 한 번쯤은.”


 라고 말하는 렌코는 달을 보면 지금 장소를, 별을 보면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다는 모양이었다. 한 편 나로 말하자면, 결계의 균열을 볼 수 있다. 그런 조금 특수한 눈을 가진 둘이 이 세상의 숨겨진 비밀을 폭로한다―― 그것이 『비봉구락부』라는 동아리였다. 세간의 기준으로는 영락없는 범죄자 집단이다. 결계를 드러내는 것은 금기이기 때문이다.

 뭐 말은 이렇게 해도…… 일단은 자기소개 같은 느낌으로 결계의 균열이 보인다 라고 말은 하지만 최근에는 보인다 수준이 아니라는 모양이다. 꿈 속 세계에서 기념품을 가져와서 렌코를 질리게 하는 건 이제 그냥 클리셰 수준이라 조금 고민이긴 했다. 하지만 이 눈이 있었기에 이렇게 렌코와 기괴~한 오컬트 동아리를 결성하게 된 것이다. 그것에 관해서 만큼은 이 눈에 감사해야만 했다.

 삐진 듯한 나의 모습에 렌코가 살짝 미안한 듯이 눈을 돌렸다. 왜인진 모르겠으나 보는 이쪽이 나쁜 짓을 한 듯한 죄책감에 들었다. 답답한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한 번 깊이 한숨을 내뱉었다.


 “늦어서 미안.”

 “까불어본 것뿐이라니까. 원래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거 알잖아?” 렌코는 등받이에 팔꿈치를 얹으며 익살을 떨었다. “그런 것보다 오늘의 발표회…… 덕분에 재미있는 구경했다니까? 허둥대는 메리 라던가.”


 역시 다 보고 있었어. 입술을 삐쭉 내밀고 노려보는 나에게 렌코는 “농담이야.” 라며 혀를 내밀었다. 이 분위기로부터 한시라도 빨리 도망가고 싶었으므로 일단 아무 화제나 던져보기로 했다.

 

 “왜 왔어?”

 “왜냐니, 발표회 청강은 자유잖아. 가면 안 됐어?”

 

 가볍게 반박 당했다. 왠지 엄청나게 열이 뻗쳐서 웨이트리스를 불러 케이크 세트를 주문했다. 커피 한잔으로 시간을 때우던 렌코도 같은 것을 주문했다.

 웨이트리스가 사라지고, 다시 단 둘뿐인 상태로 복귀. 어떻게 입을 열면 좋을지, 하고 싶은 얘기는 잔뜩 있을 터임에도 말이 나오질 않았다. 삐걱거리는 수치심,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것에 대한 안도, 그리고 정체 모를 고양감―― 그런 감정들이 서로 뒤섞여서 목구멍이 단단히 막혀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이윽고 나온 커피를 허덕이듯 홀짝여보아도, 이 가슴의 고동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치만 진짜로 재미있었어, 메리가 한 발표.”

 “그러니까 그건 이제 됐다니까.”

 “아니 그거 말고 내용이.” 렌코는 타이르듯이 손을 이쪽에 향했다. “『심적 차원』을 그런 식으로 해석한단 것에 스릴 마저 느꼈다니까. 그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말이지. 고전적인 물리학에서의 시공간의 상대성과 정신적인 시공간의 상대성을 과연 한 번에 짬뽕해서 정형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까놓고 말해서 나도 비관적이지만.”

 “나도 정형화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 곧바로 대답했다. “『심적 차원』같은 개념이 초 통일물리학에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 세계를 하나의 식으로 묶어서 정의한다는 것의 불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환원주의라니 낡아 빠졌어.”

 

 나의 반론에 렌코는 뜻밖이라는 듯 장난스럽게 목을 움츠렸다. 곧 턱을 괴고 있던 검지를 빳빳하게 세우며 말했다.


 “기계론적 관점에서의 심신론 따위 이쪽도 사양이야. 마음이 예측 불가능한 복잡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아주 자알 알고 있어. 복잡한 것을 단순한 식으로 표현한다는 게 핵심인 동시에 기분 나쁜 부분인 거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정말로 복잡한 것인가? 라는 거야. 예상되지 않는 것을 예상되지 않은 채로 객관화 해버리다니, 재미없단 생각은 안 들어?”


 라고 다소 날이 선 말투로 튀어나온 나의 질문에 렌코는 살짝 당혹스러움을 내비쳤다. 눈을 내리 깔고 땋은 머리를 끝의 하얀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잠깐 생각하고 나서는, 

 

 “재미…… 라……. 뭐어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해버리면 이쪽은 뭐라고도 말할 수 없다고나 할까…….”

 

 라고 말을 흐렸다. 왠지 매정하게 거부당한 듯한 기분에, 참지 못하고 발끈했다.

 

 “그렇구나. 우리들은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거구나.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네』라니 말이야, 결국 허무주의란 거뿐이잖아. 주관성은 언제나 세계에서 배제 당하기 마련이야.”

 “그런데 그 주관성을 포함하기 때문에 이야기는 무한히 복잡해진다는 거지. 메리의 꿈도 그렇잖아? 잠을 자고 있던 메리가 경계를 넘어서 다른 가능 세계를 갔다는 것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직은 어떻게든 이해가 가능한 범주야. 하지만 거기에 꿈의 메리라던가 현실의 메리라던가 하는 중층적인 관점이 섞이는 순간 이야기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려.

 확실히, 이쪽 세계의 시간으로는 그저 몇 시간 정도의 수면이 꿈 속 세계에서는 평생 동안 있었던 일처럼 느끼는 때도 있어. 머나먼 옛날에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끼는 일도 있고. 그것이 『심적 차원』에서의 꿈의 상대성. 화서의 나라에서 놀고 왔다 같은 거지. 하지만 거기에 또 다른 자아를 상정하거나 현실과의 대응관계에 대한 설명을 더할 필요성은 없어. 나비와 인간을 뒤섞는 쪽이 난센스야.”

 “그런 식으로 수면이라는 생리작용과 꿈이라는 정신활동을 무차별적으로 관련 지어버리는 그 태도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거야. 그거야말로 심적 상호작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부족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발끈 했다고는 했지만, 그건 말하자면 즉 언제나와 같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렌코는 언제나 나의 엉망진창인 논리에 질리지도 않고 친절하게 어울려줬다. 이 아이의 빠른 두뇌회전에 빨려 들어가듯, 나 역시 저도 모르는 새에 열중해버리고 말았다. 번번히 대화의 페이스를 뺏겨버리는 것에 대해 분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겠지만, 그러나 그 이상으로, 나는 렌코와의 이런 시간을 정말로 사랑했다.

 필시 이것이 가장 서로에게 있어서 가장 편안한 거리이기 때문이리라. 까탈스런 이론으로 무장한 대화를 하고 있는 때만큼은, 렌코의 영역을 과하게 침범할 걱정도, 나 역시 렌코에게 침범 당할 우려도 없다. 재치와 유머를 섞어서 표표히 반론을 뽑아내는 렌코를 보고 있으면 나도 안심이 되었다.

 열기를 되찾은 테이블 위에 케이크가 도착했다. 흥미를 빼앗긴 듯, 잠시 동안 테이블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러면서도 반대편에 앉은 이 아이를 눈으로 쫓고 만다. 나이프와 포크를 예의 바르게 쥐고는 케이크에 입맛을 다시던 렌코가, 느닷없이 시선을 던졌다. 그럴 때마다 눈이 맞기라도 할까 싶어, 왜인지 이쪽이 먼저 눈을 돌렸다. 잘 생각해보면 보면 둘 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서투른 두 사람의 모습일 것이다. 뭐, 이 녀석이 그렇게 내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신경 쓸 녀석은 아닐 테지만.

 그 예상 그대로, 렌코는 생각났다는 듯이 이야기를 되돌렸다.


 “음 뭐, 꿈을 통해서 타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니, 그건 그저 우연에 의한 착각에 불과하다, 라고 방금 전까지의 나라면 얘기했겠지만, 메리처럼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는 사람과 마주하면 그렇게도 딱 잘라 말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란 말이지이.”

 “맞아 맞아. 여기에 그 훌륭한 사례가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최근엔 그쪽에 관해 영 소식이 없던데, 뭐 재미있는 꿈 없어?”

 

 눈동자를 빛내며 렌코가 물어왔다. 살짝 머뭇거렸다. 방금 전 발표회가 시작하기 바로 직전까지도 이상한 꿈을 꿨었는데도, 뭔가 영 기억이 선명하질 못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 꿈을 렌코에게 말해도 되는 걸지, 그러한 막연한 불안감이 가슴속에 스쳤다.

 물론 이유 같은 건 없다. 그저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아주 잠깐 동안의 망설임을 내려놓고, 결국 나는 말하기로 했다. 어쩌면 참기 힘들다는 듯 이쪽을 쳐다보는 렌코의 시선에 진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그냥 평범하게 같은 꿈을 꿔. 속편 같은 느낌으로.”

 “늘 꿈에서 가던 저 쪽 세계라는 의미?”

 “아니, 그거랑은 좀 다른 것 같아.” 어째서일까, 나는 영 석연찮은 말투로, 쥐어짜듯이 이어갔다. “시대가 다르다고나 할지…… 지금까지의 세계보다는 살짝 밝은 느낌? 여우귀가 달린 예쁜 아가씨가 옷이며 빗질이며 밥이며 하나하나 시중을 들어준다거나 하는 그런 꿈.”

 “그건 확실히 재미있네.” 라며 렌코가 웃는다. 왠지 살짝 바보취급 당한 기분이 들어서 작게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그래서 말이야, 발표회 직전에도 그 꿈을 꿨었는데, 뭔가 엄청 엄청 예쁜 사람이랑 만났어. 뭐라고 하면 좋을까, 그, 이렇게 만지면 그대로 사라져버릴 것 같이, 엄청 걱정이 된다 고나 할까, 위태롭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의. 머리 길이나 키 같은 건 렌코랑 비슷한 정도? 렌코랑 달리 예쁜 벚꽃 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지만.”

 “뭐야 그게. 난 그렇게 화려한 컬러링은 하지도 않고, 우선 가장 먼저 만져도 사라지거나 하지 않아.”

 

 그리 말하며 렌코는 낄낄 웃었다. 뭐 그 말대로다. 그 소녀로부터 느낀 단아함, 정숙함 같은 건 이 녀석과 가장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 뒤로도 요 며칠간 꾼 꿈의 내용에 대해 떠들어보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서 단편적으로 밖에 얘기하지 못했다.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익숙한 테이블 위에서 이뤄지는 꿈의 카운셀링――우리의 「비봉구락부」 활동――은 오늘 하루 종일 한껏 휘저어졌던 뇌수를 딱 좋을 만큼 식혀주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겨우겨우 진정된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냠냠 케이크를 먹는 렌코에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화제를 던졌다.


 “그런 것보다도 말이야, 렌코는 언제야? 중간 보고 발표회.”

“아 그거? 우리 학과는 내일 모레야.”

 

  “그런 것치곤 참 여유로우시지 말입니다?” 하고 너스레를 쳤다. 렌코는 씨익, 하고 입가를 당겨 올렸다. 거기까지는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아 보였다. 그러니까 내가 이 다음에 이렇게 물어본 것은, 어디를 어떻게 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 터였다.

 

 “그쪽도 일단은 말이야, 대학원을 가느냐 마느냐가 달려있는 거 아니었어? 아무리 렌코가 우수하다 해도 지금 이런 데서 농땡일 피워도 되는 거야?”

 “엉? 나 대학원 안가는 데?”


 세계가, 조금씩 멈춰가는 듯이 보였다. 주위의 소동도, 입 안에 남아있는 인공 케이크의 지독한 단 맛도, 끈적이는 여름 밤바람도, 그 무엇 하나 빠짐없이 안개가 낀 듯 흐려졌다. 

 맞은 편에 앉은 렌코도 민감하게 그 변화를 눈치 챈 모양이었다. 순간 경직된 표정이 되어버린 그 앳된 얼굴을, 나는 대체 얼마나 쳐다보고 있었던 걸까. 곧바로 바로 전과 똑 같은, 아니 그 이상의 미소를 만들어낸 렌코는, 미안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설명했다.


 “아아, 그러고 보니 말 안 했구나……. 미안 미안. 아니 그게, 전에 같이 우리 본가에 갔었잖아? 그때 말이지, 졸업하면 집안을 이으라고 그러더라고. 원래는 다른 남매가 이을 예정이었지만 아버지가 나보고 이으라고 난리법석을 쳤다는 모양이야.”

 

 렌코의 목소리는 분명히 귀에 닿았을 터였다. 그러긴커녕, 고해지는 말 하나 하나가 내 뇌수의 곧바로 새겨져, 깊숙하게 파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멍하니, 그 말들이 몸을 그대로 통과해가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요전 번에도 말이야, 들어봐. 웬일로 갑자기 전화야? 하고 받아보니까 있지, 졸업하면 바로 혼담을 정리하고 싶으니까 이번 여름 방학 때는 좀 더 빨리 들어오라나? 뭐, 집안의 관습 같은 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서도. 근데 그렇다 쳐도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잖아?”

 “그럼…… 그럼, 렌코는 졸업하면 바로 도쿄로 돌아가?”


 잠꼬대라도 하듯이 중얼거렸다. 그것은 아까 전의 발표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말투였음에 틀림없었다. 렌코는 의아하다는 듯이 눈을 깜박거리고는, 마치, 어르는 듯이, 달래는 것처럼, 


「응. 돌아가.」


 라고, 고했다. 이젠 시각마저도 안개가 낀 듯이 희뿌얘졌다. 구불텅하고 일그러진 세계의 중심에 있는 렌코는, 깜짝 놀란 얼굴로 익살을 떨었다. 별 일 아니라는 것처럼. 모든 것을 웃어 넘기듯이.

 

 “정말, 그런 얼굴 하지마~. 말하는 게 늦었던 건 사실이고, 거기에 대해선 정말로 미안해. 빨리 말해야 한다고는 계속 생각하긴 했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가끔씩이라도 좋으니까 꼭 연락해줘. 오늘도 이상한 꿈 꿨어! 정도로도 괜찮으니까. 요즘은 메일도 인터넷도 있으니까. 세상 참 편리해졌지. 응.”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동작으로 마지막 한 조각까지 남김 없이 먹어 치운 렌코가 커피를 홀짝였다. 언제나와 똑같은 미소를 짓고서, 곱씹는 것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 아아……그래, 그랬, 구나.”

 

 사라져 가던 감각이, 그 미소에 두들겨 깨워졌다. 가슴 안 쪽에서 부풀어오른 감정은 순식간에 뒤틀렸고, 거대한 해일이 되어 몰려왔다. ……침착해, 저렇게 즐거운 듯한 렌코를 곤란하게 하고 싶진 않을 거 아냐?

 “뭐야 정말. 빨리 말해줬으면 좋았잖아. 헤에…….”

 “응…… 미안해. 뭔가 말할 타이밍을 영 못 잡아서.”

 “하하하, 렌코 답지 않네…….”


 억지로 끄집어낸 웃음 소리에 렌코도 똑같이 웃었다. 몽롱했던 의식이 선명해져 갔다. 렌코의 목소리가 똑똑히 귀에 박혔다. 일찍이 없었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머리가 돌아갔다. 껍질이 한 장 뜯겨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전신의 감각이 예민해져 갔다.

 

 “그럼 슬슬 갈까? 배고파.”

 “아, 잠깐만 메리!”

 

 의자에서 튀어 오른 나에게, 렌코가 당황하며 따라왔다. 몸이 둥실둥실거려서, 마치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똑바로 걷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쫓아온 렌코가 내 손을 잡았다. 손바닥에의 그 감각이 너무나도 부드러워서, 뇌수의 삐걱거림을 누그러뜨려주었다. 이제서야 겨우, 나는 평범하게 웃을 수 있었다.

 

 “겨우 예약 따냈어. 이거 봐, 전부터 메리가 가고 싶다고 말했던 그 가게. 기대된다!”

 

 호의. 쾌활한 목소리. 따스함. 온기. 미소――그것이, 곁에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없었더라면 나는 분명 서있지도 못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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